"절전 멀티탭 책상 위로 올리자" 작은 아이디어의 힘
대기전력 낭비 최소화… 아이디어 낸 학생 4명 환경부 장관상·장학금
지난 10일 오후 7시쯤 직원들이 퇴근한 서울대학교 행정관 학사과 사무실 안으로 박나래(22·사회복지 4)씨와 권세안(23·독어독문 3)씨가 양손 가득 멀티탭(여러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을 들고 들어갔다.
두 사람은 사무실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엉켜 있는 멀티탭을 찾았다. 두 사람은 실타래처럼 꼬인 전선 덩굴을 헤치고 콘센트를 찾아내 전력차단 스위치가 달린 작은 멀티탭을 꽂았다. 그리고 작은 멀티탭은 책상 위에 올리고, 기존 콘센트에 꽂혀 있던 멀티탭을 연결했다. 책상마다 4~6개 플러그를 꽂은 멀티탭은 책상 아래에 둔 채 절전형 멀티탭을 연결해 끄기 쉽게 만든 것이다.
박씨와 권씨, 그리고 이동소(27·농경제사회 석사과정)씨와 좌종호(24·농경제사회 3)씨는 학교측 허락을 얻어 학사과와 시설과, 농생대 연구실 등 3곳에도 멀티탭들을 절전형 멀티탭으로 바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직원과 대학원생들에게 "퇴근할 때는 꺼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11일부터 6일간 소비 전력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관찰했다.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절전형 멀티탭 23개를 설치한 학사과와 시설과에선 93%의 멀티탭 불이 직원 퇴근 때 꺼졌다. 서울대 농생대 연구실에 설치된 멀티탭 20개도 평균 85%가 퇴근 뒤 차단됐다. 농생대 연구실은 그전에는 평균 32%만 차단되던 곳이다.
실험이 성공하자 서울대는 학생 4명이 낸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를 학내 전체에 도입하기로 했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가 서울대 전체를 바꾸게 된 셈이다.
박씨 등 4명이 낸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새로운 장비나 프로그램을 만든 게 아니다. 콘센트 2개 달린 5000원짜리 작은 멀티탭 하나를 기존 멀티탭에 연결해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뿐이었다. 권씨는 "사람들이 멀티탭을 바닥에 놓고 쓰다 보니 잘 보이지도 않고 허리를 굽히는 것도 힘들어 습관적으로 켜놓고 쓰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플러그 4~6개를 함께 꽂아 쓰는 멀티탭은 크기 때문에 책상 위에 올려놓기 불편하다는 것도 여러 차례 실험과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씨는 "집에 가기 전에 서울대 사무실과 연구실의 멀티탭 전원을 끄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13.2~15.5시간의 대기전력을 줄이는 결과가 나왔다"며 "멀티 탭 하나로 사무실과 연구실 전력을 하루에 약 1.8㎾h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루 1.8㎾h 줄면 계절에 따라 하루 87~146원 절약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기전력이란 전기제품의 전원은 꺼진 상태이지만 콘센트가 연결돼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서울대는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최대 10%, 1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서울대 사회공헌동아리(SIFE)에서 한팀이 되면서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아이디어마다 '뜬구름 잡기'였다. 노숙인 일자리 마련, 미혼모 돕기, 예술인 경제 지원 등 학생신분에 하기 어려운 생각만 했다. 그러다 자신들이 다니는 서울대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대학'이라는 점과 함께 학교측이 올해 처음으로 'SNU 그린리더(Green Leader) 선발공모'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좌씨는 "우리가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학교에 제시하고, 절감된 예산으로 장학금을 주면 어떨까 생각하며 공모에 참여했다"고 했다. 공모를 목표로 이들은 매주 3번씩 만나 실험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교 전산실에서 2~3일씩 합숙도 했다. 이씨는 "이번 학기 성적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매달렸다"고 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4명의 학생은 30일 SNU 그린리더 1등에 해당하는 '환경부장관상'과 장학금 100만원을 수상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대기전력'이라는 말도 몰랐다"며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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